
왜 ‘메뉴개발자의 식탁’을 시작했을까
안녕하세요.
1989년생, 메뉴개발자의 식탁입니다.
2004년, 중학교 3학년이던 16살에 처음 요리학원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때는 단순히 요리가 재미있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신기했고,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작은 칼 하나를 손에 쥐고 시작했던 그 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요리가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 저는 왕복 3시간이 걸리는 조리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매일 새벽 일찍 집을 나서고 늦은 저녁에 돌아오는 생활이 반복됐지만 힘들다는 생각보다 배우는 즐거움이 더 컸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조리대학교에 진학했고, 군 복무 역시 취사병으로 마쳤습니다. 군대에서도 자연스럽게 주방을 떠나지 않았고, 많은 인원의 식사를 준비하며 기본기의 중요성과 체계적인 조리 시스템을 몸으로 익혔습니다.
전역 후에는 메뉴개발팀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브랜드의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했습니다.
메뉴 하나가 매장에 출시되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원가를 계산하고, 조리 시간을 줄이고, 누구나 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표준화해야 합니다. 식재료의 수급과 보관, 계절에 따른 변화까지 고려해야 비로소 하나의 메뉴가 완성됩니다.
이 과정은 수없이 반복되는 테스트의 연속입니다.
어떤 메뉴는 수십 번의 수정 끝에 고객에게 사랑받았고, 어떤 메뉴는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결국 출시되지 못했습니다.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많았지만, 그 실패들이 지금의 저를 성장시켜 주었습니다.
이후에는 직접 음식점을 창업했습니다.
메뉴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사장이 되어 보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 보였습니다.
좋은 메뉴라고 해서 반드시 잘 팔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손님의 동선, 회전율, 원가, 인건비, 계절, 상권, 직원 교육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한 가지 메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주방뿐 아니라 매장 전체를 이해해야 했습니다.
직접 장사를 하면서 메뉴개발자의 시선과 자영업자의 시선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가장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8년 동안 운영했던 가게는 재개발로 인해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허탈했습니다.
매일같이 출근하던 공간, 수많은 손님을 만났던 자리, 웃고 고민하며 보냈던 시간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가게는 사라질 수 있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20년 넘게 요리를 하며 배우고 느꼈던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레시피만 소개하지 않습니다.
왜 어떤 메뉴는 성공했는지, 어떤 메뉴는 실패했는지, 좋은 식재료는 어떻게 고르는지, 원가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외식업을 운영하면서 실제로 겪었던 시행착오는 무엇이었는지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인터넷에는 맛집 정보는 많지만, 메뉴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외식업의 현실을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공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저는 메뉴를 개발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음식을 바라보고, 직접 장사를 했던 사람의 경험을 더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요리를 배우고 있을 수도 있으며, 누군가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궁금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 블로그가 그런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곳에는 메뉴 개발 이야기, 식재료 이야기, 외식업 운영 경험, 음식에 대한 생각, 그리고 제가 직접 경험하며 얻은 다양한 노하우를 꾸준히 기록할 예정입니다.
16살에 처음 칼을 잡았던 소년은 어느덧 38살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새로운 메뉴를 만들 때면 처음 요리를 시작했던 그 설렘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배우고, 연구하고, 기록하며 더 좋은 메뉴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이곳 ‘메뉴개발자의 식탁’에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메뉴개발자의 식탁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