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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메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점을 먼저 찾아야 했습니다.
메뉴개발자가 가장 긴장하는 시간
메뉴개발을 하면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메뉴를 만드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시식 테스트가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메뉴개발자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직원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메뉴개발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메뉴가 완성되면 회사 직원들과 팀장님, 임원들이 모두 모여 시식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좋은 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메뉴를 만들기 위해 아쉬운 점을 찾는 것입니다.
평소 식사와 시식 테스트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평소에 우리는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눕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맛있다.”
“오늘 괜찮네.”
“조금 짜다.”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식사를 끝냅니다.
하지만 메뉴개발 시식 테스트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접시가 놓이면 먼저 비주얼을 살펴봅니다.
색감은 괜찮은지,
양은 적당한지,
먹고 싶은 모습인지.
그다음에는 음식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 향을 맡습니다.
첫 향이 어떤지,
원재료 향이 살아있는지,
불필요한 냄새는 없는지.
그리고 한입 먹은 뒤에도 바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씹으면서 맛의 균형과 식감, 끝맛까지 하나씩 확인합니다.
평범한 식사가 아니라 제품을 평가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맛있어요.”라는 말만으로는 끝나지 않습니다.
테스트에 참여하는 직원들도 모두 음식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도 시식은 중요한 업무였습니다.
단순히 “맛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내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완성도 높은 메뉴를 만들기 위해 보완할 부분을 찾아 의견을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였습니다.
그래서 시식이 시작되면 이런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향이 조금 약한 것 같습니다.”
“첫인상이 조금 아쉽네요.”
“식감이 조금 더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간이 뒤에서 조금 강하게 올라오는 것 같아요.”
“기존 메뉴와 차별점이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평가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메뉴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의견을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사람은 개발자였습니다.
문제는 그 모든 의견이 결국 메뉴를 만든 사람에게 모인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향을 이야기하고,
한 사람은 식감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람은 비주얼을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다 보면,
메뉴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제가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수정해야 할 내용이 가득 적힌 시식 평가표를 들고 개발실로 돌아갔습니다.
그 종이를 볼 때마다
‘아직 부족하구나.’
‘다시 만들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점점 자신감이 줄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습니다.
‘더 좋은 메뉴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니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반복되다 보니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보여주기 전부터
어떤 의견이 나올지 먼저 걱정하게 되었고,
회의 시간이 다가오면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제 아이디어를 자신 있게 설명하기보다,
먼저 부족한 점부터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말수도 줄어들었습니다.
예전보다 소심해진 제 모습을 스스로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시식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저를 힘들게 하려고 그런 의견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역할은 고객보다 먼저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는 것이었고,
제 역할은 그 의견을 바탕으로 더 좋은 메뉴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실제로 많은 메뉴가 더 완성도 있게 출시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좋은 메뉴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받아들이는 메뉴개발자의 마음도 함께 이해해 준다면,
더 좋은 메뉴뿐 아니라 더 좋은 개발자도 함께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메뉴개발자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인 동시에,
끊임없이 의견을 듣고 수정하며 성장하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누군가는 그 메뉴에서 아쉬운 점을 찾고 있을 것입니다.
그 모든 과정은 결국 고객에게 더 좋은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메뉴를 만든 사람의 마음도 한 번쯤은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