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개발을 하면서 1일 1식이 습관이 된 이유

메뉴개발을 하면서 1일 1식이 습관이 된 이유

.

.

많은 사람들이 메뉴개발이라는 직업을 들으면 이런 말을 합니다.

“매일 맛있는 음식 먹어서 좋겠어요.”

처음에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만들고, 누구보다 먼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메뉴개발 업무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메뉴개발을 하면서 하루 한 끼만 먹는 생활, 흔히 말하는 ‘1일 1식’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먹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업무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뉴개발자는 생각보다 많이 먹지 않습니다.

메뉴 하나를 개발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만들면 한 번 맛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간을 조금 바꾸고, 소스의 비율을 조정하고, 조리 시간을 바꾸면서 같은 메뉴를 여러 번 반복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추장을 5g 줄여보고, 설탕을 조금 더 넣어보고, 식초의 양을 바꾸는 식으로 작은 차이를 계속 비교합니다.

한 번 맛볼 때는 한 숟갈 정도밖에 먹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오전 내내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한 끼 식사 이상을 먹은 것과 비슷한 양이 됩니다.

배는 이미 부른데 업무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메뉴개발을 할 때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바로 점심시간이었습니다.

회사 사람들은 점심을 먹으러 나갔지만 저는 함께 가지 않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미 오전 내내 메뉴를 테스트하면서 배가 불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억지로 같이 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심까지 먹고 나면 오후 업무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몸도 무겁고 졸음도 심해졌으며 무엇보다 맛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메뉴개발자는 미세한 간의 차이도 구분해야 합니다.

소금이 조금 많은지, 단맛이 강한지, 향이 살아있는지 계속 비교해야 하는데 배가 너무 부르면 그런 차이를 느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점심을 거르거나 아주 간단하게 먹는 것이 오히려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고플 때가 오히려 더 정확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적당히 공복 상태일 때가 맛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배가 너무 부르면 모든 음식이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간이 조금 부족한지 넘치는지도 애매하게 느껴졌습니다.

반대로 적당한 공복 상태에서는 향과 식감, 감칠맛, 짠맛, 단맛이 훨씬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중요한 메뉴를 테스트하는 날에는 일부러 점심을 적게 먹거나 아예 먹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메뉴개발에서는 맛을 먹는 것보다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메뉴개발은 요리보다 분석에 가까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메뉴개발을 셰프가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일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업무는 분석의 연속입니다.

맛을 평가하고,

원가를 계산하고,

조리 시간을 줄이고,

식재료 수급을 확인하고,

매장에서 실제로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원가가 너무 높거나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면 실제 판매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원가는 좋지만 맛이 평범하면 고객은 다시 찾지 않습니다.

그래서 메뉴개발자는 맛뿐 아니라 숫자와 운영까지 함께 생각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메뉴 하나에는 수십 번의 테스트가 숨어 있습니다.

손님들은 완성된 메뉴만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메뉴가 나오기까지는 수십 번의 실패가 반복됩니다.

조리법을 바꾸고,

재료를 바꾸고,

양을 조절하고,

직원들과 시식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겉으로는 한 접시의 음식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테스트와 수정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메뉴를 개발할수록 음식을 더 많이 먹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신중하게 맛을 보는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메뉴개발을 하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

메뉴개발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맛있게 먹는 것과 맛을 평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라는 점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메뉴를 만들 수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반복해서 비교하고, 작은 차이를 찾아내는 집중력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하루 한 끼만 먹는 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 습관은 메뉴개발을 하는 동안 계속 이어졌습니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 많이 먹어서 좋겠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메뉴를 개발했던 저에게는 음식이 식사가 아니라 업무였던 날이 훨씬 많았습니다.

마무리

메뉴개발은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한 직업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같은 음식을 수십 번 맛보고, 작은 차이를 비교하며, 원가와 운영까지 함께 고민하는 반복의 과정입니다.

저 역시 그 과정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1일 1식 생활을 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맛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는 이런 실제 메뉴개발 경험과 함께, 메뉴 기획 과정, 원가 관리, 레시피 개발, 신메뉴 테스트 등 현장에서 직접 느낀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