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뉴개발자가 음식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다릅니다
많은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가장 먼저 “이거 레시피가 뭐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12년 동안 메뉴를 개발해 온 저에게 레시피는 가장 마지막에 확인하는 자료입니다.
레시피는 이미 완성된 결과를 기록한 문서입니다. 반대로 메뉴개발자는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먼저 이해하려고 합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고 같은 레시피를 따라 했는데도 어떤 매장은 늘 같은 맛을 유지하고, 어떤 매장은 매번 맛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 레시피가 아니라 시스템에 있습니다.
주방의 동선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장비를 사용하는지, 재료는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는지, 조리 순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메뉴개발자는 이런 작은 부분들을 하나씩 관찰하며 음식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이해합니다.
그래서 저는 음식을 먹을 때도 단순히 맛만 평가하지 않습니다.
이 음식이 왜 이런 맛을 내는지, 어떤 과정이 숨어 있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미식가와 메뉴개발자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메뉴는 레시피보다 시스템에서 시작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레시피만 있으면 누구나 같은 맛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외식업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레시피라도 사용하는 장비가 다르면 결과가 달라지고, 조리 순서가 달라져도 맛은 달라집니다.
재료를 넣는 타이밍 하나, 불의 세기 하나, 숙성 시간 하나만 달라져도 완성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메뉴를 개발할 때는 레시피보다 먼저 조리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어떤 순서로 작업해야 직원이 쉽게 만들 수 있는지.
피크 시간에도 동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원가를 유지하면서도 맛을 일정하게 낼 수 있는지.
이런 부분이 해결되어야 비로소 좋은 메뉴가 완성됩니다.
레시피는 그 과정을 정리한 결과일 뿐입니다.
주방에서는 소리도 하나의 정보가 됩니다
메뉴를 분석할 때 꼭 눈으로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주방에서 들리는 소리도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일정한 간격으로 압력이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면 압력 조리 장비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긴 시간 동안 낮은 온도로 조리 하는 장비가 운영된다면 큰 솥이 있을 것을 예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관찰만으로 실제 조리 과정을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단서를 종합하면 어떤 방식으로 조리되는지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랫동안 메뉴를 개발하다 보면 이런 작은 변화들도 자연스럽게 눈과 귀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식당에 가면 음식보다 먼저 주방의 움직임과 작업 흐름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산지표시판 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식당에서 메뉴 벤치마킹을 할 때 가장 많이 보는 것 중 하나가 원산지표시판 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원산지표기판을 단순히 가격을 계산하는 자료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사용되는 식재료, 원산지, 고기종류
이런 정보들을 종합하면 메뉴가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기가 어떤 부위인지 원산지가 어디인지 육수는 무엇을 사용했는지
원산지표시판은 단순한 표시가 아니라 하나의 메뉴를 구성하는 설계도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음식은 맛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외식업에서 오래 일할수록 하나의 메뉴 뒤에는 수많은 고민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손님은 한 그릇의 음식을 보지만 그 안에는 조리 시간, 인건비, 식재료 관리, 원가 계산, 작업 동선, 장비 선택까지 다양한 요소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하나의 메뉴가 완성됩니다.
그래서 메뉴개발자는 맛만 연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음식을 만드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누구나 같은 품질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 블로그에서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
인터넷에는 훌륭한 레시피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메뉴가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지, 원가는 어떻게 계산되는지, 식재료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는지를 이야기하는 글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 공간에서 12년 동안 메뉴를 개발하며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레시피를 따라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메뉴를 이해하는 방법.
맛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읽는 방법.
외식업 현장에서 직접 배우고 경험했던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음식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외식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메뉴개발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작은 도움이 되는 기록이 되었으면 합니다.